모퉁이극장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진 아트시네마에서 영화 아노라를 봤다.
Mary Gaitskill의 산문집 <Somebody with a little hammer>에서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<Secretary>의 각색된 버전이 해피엔딩으로 헐리웃화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서 코멘트하면서, 영화 <귀여운 여인>의 원래 결말은 줄리아 로버츠의 신데렐라 해피엔딩 스토리가 아니라 모욕당하고 악다구니를 쓰고 현실 세계에 다시 버려지듯 돌아가게 되는 창녀의 이야기였어야 했다고 언급했던 기억이 났다. 이 영화에서도 반야와 애니가 일주일치 가격 협상을 할 때 <귀여운 여인>의 한 장면이 생각나기도 했었는데, 아마 그래서 내 머릿 속에서도 이런저런 레퍼런스가 섞여서 떠오른 것 같다.
이 영화에서 여러 메세지를 보여주고 있지만, 그중에서도 반야와 애니가 단 한 순간도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진 않았던 것 같아서, 엉망진창 상황에서 이고르가 처음부터 끝까지 애니 곁에서 동행했어서, 그리고 아노라 이름대로 여전히 빛이 나도록 아름다워서, 그나마 애니한테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.
그런데 토로스 가닉 이고르의 등장이 총 쏘고 관절 부러뜨리는 느와르가 아니라 블랙코미디식 만담으로 이어져서 너무 웃겼다. 오랜만에 깔깔깔 웃었다🤣🤣





